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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

[제주 서귀포] 세상에 하나뿐인 바다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사계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 227-12

공방 앞 주차, 3대까지 가능

 

여행 일정 순서대로라면 거의 마지막에 올려야 하지만 '지금 사계' 공방에서 느낀 행복했던 감정이 조금이라도 더 생생할 때 기록하고 싶어서 포스팅 순서를 바꿨다.

 

생일 기념으로 제주도에 놀러간 것인데 사실 생각했던것만큼 특별하거나 기쁘지가 않았다.

 

제주도에 몇 번 와봤다고 그새 이런 여행이 싱거워진 것일까? 아니면 처음 맞이하는 30대가 걱정되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고민이 깊어질 때쯤, 무언가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리하여 제주 여행 마지막 날에 우리는 복잡한 내면을 손끝으로 표현해볼 수 있는 공방 수업을 들어보기로 했다.

 

지금, 사계 주차

 

전날 네이버 지도를 통해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예약한 곳은 레진아트 공방 '지금, 사계'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시간이라고 나와있지만, 레진아트체험의 경우 오후 6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예약이 가능하니 참고하면 좋다.(체험시간 이후에는 작가님 개인 작업을 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당일 예약도 가능하며 최소 한시간 전에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우리는 늦은 저녁시간에 이 공방을 발견했기 때문에 다음날 일정을 예약하고 방문했다.

 

지금 사계 건물
실내화로 갈아신기

 

외관이 굉장히 고풍스러워 장인 선생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것 같았다. 들어갈때는 슬리퍼 실내화로 갈아신고 입장하면 된다.

 

공방 내부 1
공방 내부 2

 

잠시 오늘 수업의 준비를 기다리며 공방 내부를 감상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 주제들의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 한명 한명이 무슨 감정으로 작품을 만들었을까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멋진 작품들

 

개중 압도적인 느낌을 받은 몇 점이 있는데, 아마 작가님의 작품일 것 같다.

 

수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작가님께서는 일전에 세종문화회관에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셨다고 한다.

 

이런 실력있는 작가님께 수업을 받을 수 있다니, 정말 좋은 경험일 것 같았다.

 

레진 공방 체험 안내

 

우리는 기본 체험 2인에 '모름지기 대대익선이지' 하며 액자 크기를 크게 바꿨다.

 

도화지가 크면 클수록 표현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액자의 크기도 그렇다고 하셨다.

 

레진 아트 시계

 

시원해보이는 시계도 정말 감각적이고 예뻤다.

여름철 카페 인테리어로 많이들 탐내실듯.

 

액자 판과 레진 받침대
마그네틱 준비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고 필요한 준비물을 구비해 주셨다.

 

작품을 표현할 액자 판과 흘러내린 레진을 받는 받침대, 그리고 마그네틱 밑작업을 해두고 액자부터 꾸미기로 한다.

 

모래사장 밑그림 레진
얇게 펴바르기

 

우선 처음으로 할 작업은 모래사장의 모양을 잡는 일이다.

 

접착제 역할을 하는 레진을 물결 무늬로 짜고 얇게 펴발라 모래를 얹을 공간을 만들면 된다. 함께 주시는 나무스틱으로 살살 펴바르면 쉽게 해낼 수 있다.

 

레진 위에 모래 뿌리기

 

그 위에 모래를 뿌리면 되는데, 이때 레진 받는 판에 모래가 떨어지지 않도록 모래 받이 철판을 위에 깔고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한다.

 

모래 사장을 완성했으니, 이제 바다를 칠할 차례다. 작가님께서 바다를 표현할 수 있는 레진을 열심히 작업해 주셨다.

 

레진을 혼합하면서 간단한 이론을 설명해주셨는데 처음 알게 된 개념이라 이후 집에 와서 추가적으로 공부해 보았다.

 

레진 혼합 1
레진 혼합 2

 

 

레진을 굳히는 경화 방식에는 크게 1액형과 2액형이 있는데 1액형은 말그대로 하나의 재료로 이루어진 형태로 공기 중 수분, 열, 자외선(UV) 등 외부 요인에 의해 경화되는 제제이며 2액형은 두가지 성분(A제+B제)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형태로 보통 주제와 경화제로 이루어져 있다.

 

1액형은 간편하지만 경화 조건에 민감하고 UV 경화를 하는 경우 제대로 경화되지 않으면 추후 UV를 쬐지 않는 환경에서 추가적인 경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2액형은 사용 직전에 두 액을 정확한 비율로 혼합해 사용해야 하며 혼합 과정이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용도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액자 위 바다를 표현할 때는 2액형을 사용하였고, 마그네틱 위 장식품을 올리고 레진을 굳히는 작업에서는 1액형을 사용하고 UV 조사를 통해 굳혔다.

 

파도 표현하기

 

남자친구는 바다 위 밤하늘을 표현하고 싶다고 해서 작가님이 특별히 한가지 색을 더 만들어 주셨다.

 

작가님 성격이 위트있고 직설적이셔서 작업하는 동안 옥신각신 티키타카가 넘 재밌었다. 엄청난 욕을 먹으며 얻어낸 추가 색깔로 남자친구는 한 층을 더 쌓을 수 있었다.ㅋㅋ

 

파도 위 거품 밑작업
모래에 닿지 않도록 조심

 

이제 대망의 하이라이트 '파도 위 거품'을 표현할 차례다.

 

바다와 모래사장 사이를 흰색 레진으로 얇은 선처럼 칠하면 되는데, 이때 욕심부려서 크게 뜨면 레진이 묽은 요거트처럼 뚝 떨어져서 균일하게 발리지 않는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아주 조금씩 떠서(아니 묻혀서) 살살 옆으로 그으면 된다.

 

도구의 뒷면이 모래사장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추가적인 포인트다.

 

파도 거품 밑작업 완성

 

다 채우면 이런 느낌이 된다!

 

레진에 열풍 가하기
생생한 파도 완성

 

마지막으로 파란색 레진 위에 열을 가해서 살짝 녹이고 그 위에 하얀 레진을 올릴 수 있도록 열풍을 쏜다. 이 작업을 거치면 바다 위 거친 파도가 완성된다.

 

주의할 점은 이렇게 파도가 완성된 이후에 뭔가를 수정하고 싶어서 열풍을 다시 쬐면 안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레진이 녹아 바다와 파도의 경계가 사라지고 푸른색과 흰색이 뒤엉켜 흰색 파도는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모양의 파도이든 아름다운 바다일 것이니 첫 시도에 만족 하도록 하자.

 

오로라 추가

 

남친이는 파도 생성 이후 작가님과의 딜을 통해 밤하늘에 오로라를 추가했다. 작가님이 '원래 안해주는데'를 32번 정도 말씀하셨다.ㅋㅋ

 

파츠 올리기

 

이후에는 핀셋을 이용해 작은 파츠들을 바닷가 위에 올려주면 된다. 대부분의 돌, 조개껍데기 등은 작가님께서 직접 바닷가에서 채집하신다고 한다.

 

파츠를 놓을 위치에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레진을 한방울씩 떨어뜨리거나 원하는 구도로 배치한 뒤 그 위에 레진을 뿌리는 방법 중 본인에게 더 적합한 방법을 택해 진행하면 된다.

 

내 작품
남자친구 작품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작품들.

 

나는 잔잔한 바다 위에 우리가 함께 편안하게 떠있는 느낌을 구현했고, 남자친구는 세찬 파도가 몰아치는 자연의 경관을 표현했다.

 

남자친구 작품 2
내 작품 2

 

마지막으로 초반에 테이프를 감아놓은 마그네틱 위에 파츠를 올려 꾸민 후 UV 경화 작업을 통해 오늘의 레진아트 수업이 마무리 되었다.(테이프를 감는 이유는 레진이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해서임)

 

이번 레진아트 수업은 작가님께서 전체적인 과정을 잘 리드해주셔서 크게 어려울 것이 없었고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제주도에 여행을 올때까지 마음이 많이 복잡했고 와서도 크게 기쁘지 않았는데, 만들어놓은 작품을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일반적인 기념품샵에서 공산품처럼 이미 만들어져있는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는 대신, '나'라는 사람의 온전한 의미를 부여해 직접 만드는 공예품을 체험해보면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수업태도가 만점이라며 작가님께서 특별한 캘리그라피 선물을 주셨다. 앉은 자리에서 실시간으로 어쩜 이리 좋은 글귀를 적어주시는지, 정말 멋있고 감사했다.

 

인생이 뭔가 복잡하다고 느껴질 때, 무료한 삶에 지쳤을 때. 나를 위한 셀프 선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을 만드는 것도 좋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바다를 만들 수 있는 곳. '지금 사계'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